왜 우리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가
은행 창구 앞, 유명 맛집, 화장실, 놀이공원의 인기 어트랙션... 우리 일상 곳곳에서 줄을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광경을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줄을 서는 걸까? 경제학에서는 이를 '희소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원하는 건 많은데 그걸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는 거다. 은행 창구도, 맛집 테이블도, 놀이기구도 모두 제한되어 있으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줄을 서게 된다. 근데 재밌는 건, 모든 사람이 똑같이 줄을 서진 않는다는 거다. 어떤 사람들은 긴 줄을 보면 그냥 돌아서 가버린다. 이건 '기회비용'이라는 또 다른 경제학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뭔가를 선택하면 다른 걸 포기해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보자. 유명 맛집 앞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치자. 어떤 사람에겐 그 1시간이 별 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그 시간에 중요한 일을 하거나 다른 맛집을 찾아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일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엔 줄 서는 것의 기회비용이 더 크니까 포기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줄 서는 행위가 일종의 경매와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다만 돈 대신 시간을 지불하는 거지. 긴 줄을 보고도 참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만큼 그 서비스나 물건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재밌는 건 우리가 줄 서는 방식이다. 보통은 '선착순'으로 줄을 선다. 이게 공정하다고 여겨지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선 위급한 환자를 먼저 본다. 이건 '한계효용'이란 개념과 관련 있다. 같은 서비스라도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줄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희소성, 기회비용, 가치 평가, 자원 배분 등 여러 경제학 원리가 작동하는 작은 실험실인 셈이다.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있다
'공짜'라는 말만큼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어도 없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 먼저 '기회비용'이란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뭔가를 공짜로 얻는다 해도, 우리는 그걸 얻기 위해 시간을 쓰거나 다른 걸 포기해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료 샘플을 받으려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린다면, 그 시간에 할 수 있었던 다른 활동들을 포기하는 셈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기업이 제공하는 '공짜' 서비스나 상품들도 사실은 공짜가 아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생각해보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개인정보와 관심이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이걸로 광고 수익을 올리고, 결국 우리는 더 많은 물건을 사게 만드는 맞춤 광고에 노출된다.
'공짜'가 실제로는 더 비쌀 수도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묶음 상품'을 떠올려보자. 케이블 TV 패키지에 우리가 전혀 보지 않는 채널이 '공짜'로 끼어 있다고 하자. 하지만 실제로는 그 채널들 때문에 전체 패키지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채널만 골라 구독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럼 기업들은 왜 공짜란 전략을 쓸까? 이건 '손실 회피' 성향과 관련 있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득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피하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짜'는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이니까 사람들을 강하게 유혹하는 것이다. 또 공짜는 '상호성의 원칙'을 작동시킨다. 뭔가를 공짜로 받으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보답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마트 시식 코너에서 맛을 보고 아무것도 안 사고 나오면 왠지 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짜가 항상 나쁜 건 아니다. 때론 공짜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무료 버전의 프로그램을 써보고 유료 버전을 사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건 '프리미엄' 전략의 한 예다. 결국 공짜를 대할 땐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로 공짜인지, 숨겨진 비용은 없는지, 그리고 그 '공짜' 때문에 우리의 선택이 왜곡되진 않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세상에 공짜 치즈는 없다. 하지만 현명하게 접근하면, 때론 공짜를 통해 우리에게 진짜 가치 있는 걸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왜 택시는 비 올 때 잡기 어려울까
비 오는 날, 택시 잡기가 왜 이리 힘든 걸까? 이 현상은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수요 측면을 보자. 비가 오면 사람들은 대중교통보다 택시를 더 타고 싶어 한다. 우산 쓰고 걸어가거나 버스 기다리는 것보다 택시가 더 편하니까. 이렇게 택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반면 공급 측면에선 어떨까? 비가 오면 도로 상황이 나빠져서 택시 기사들이 천천히 운전해야 한다. 사고 위험도 높아지니까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한다. 이건 같은 시간에 더 적은 손님을 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즉, 택시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렇게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가격이 올라간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비 올 때 택시 요금이 올라가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택시 회사의 '폭리'가 아니라, 시장의 원리가 작동한 결과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이런 가격 상승이 오히려 시장을 '균형'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비싸진 요금 때문에 일부 승객들은 택시 대신 다른 교통수단을 선택하게 되고(수요 감소), 동시에 더 많은 택시 기사들이 비를 무릅쓰고 운행에 나서게 된다(공급 증가). 결국 새로운 균형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원리는 비단 택시 시장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명절 때 기차표가 없어지는 현상, 유행하는 물건의 가격이 오르는 현상, 심지어 연애 시장에서 '인기 있는 사람'을 둘러싼 경쟁까지, 모두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단순한 법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상황들이 많다. 예를 들어, 정부 규제로 택시 요금을 못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초과 수요'가 생기고, 우리는 이걸 길거리에서 택시를 못 잡는 상황으로 경험하게 된다.
또 다른 재밌는 점은 '비대칭 정보'의 문제다. 택시 기사는 손님보다 도로 상황이나 목적지까지의 최적 경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이런 정보의 불균형은 때론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택시 기사들이 일부러 돌아가는 길로 가서 요금을 부풀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엔 기술이 개입하고 있다. 우버나 카카오택시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키고, GPS로 최적 경로를 알려줘서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결국 비 오는 날 택시 잡기가 어려운 현상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경제학의 기본 원리들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다. 다음에 비 오는 날 택시를 기다리며 짜증이 날 때, 잠시 이런 경제학 원리들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적어도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은 덜 지루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