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사장이 아니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사회경제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기계화와 대량생산 체제의 도입으로 공장과 작업장이 급증하면서, 노동 환경의 질적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 환경, 아동 노동 착취 등의 문제가 만연해지면서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근로 조건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노동운동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1802년 제정된 공장법(Factory Act)은 아동 노동자의 근로 시간 제한과 공장 내 위생 상태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법적 조치였다. 이어 1824년 노동조합법(Combination Act) 제정으로 노동조합 설립이 합법화되었고, 이는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단체교섭을 통한 근로 조건 개선의 토대가 되었다.
산업화의 진전과 함께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조되면서 노동법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노동법은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노동 조건과 환경을 규제하는 법률 체계로 발전해 나갔다. 초기에는 주로 아동과 여성 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점차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근로 조건 개선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노동법의 탄생은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연적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찾은 나의 권리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은 노동법 발전에 있어서도 선구적 역할을 수행했다. 1802년 공장법 제정을 시작으로, 1833년 개정을 통해 아동 노동자의 근로 시간을 더욱 단축하고 공장 감독관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후 1847년 10시간 근로제, 1874년 근로자 보상법 등을 통해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갔다.
미국에서는 1935년 전국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제정이 노동법 발전의 분수령이 되었다. 이 법은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불공정 노동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미국 노동법의 근간을 확립하였다. 1938년 제정된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은 최저임금, 초과근로수당, 아동노동 규제 등을 통해 노동자 권익 보호를 더욱 강화하였다. 한국은 1953년 최초의 노동법을 제정하였다. 이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등을 포함하고 있었으나, 초기에는 노동자 보호보다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노동운동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었다. 198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과 함께 노동운동이 활성화되면서 노동법도 점진적으로 개선되었고, 1997년 노동법 개정을 통해 해고 요건 강화와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노동자 권익 보호가 강화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등장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는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베르사유 조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기구로, 노동 문제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마련하고 각국의 노동법 발전을 지원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ILO는 정부, 사용자, 노동자 대표로 구성되는 삼자 구조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국제 노동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협약과 권고의 형태로 채택한다. ILO가 채택한 주요 협약으로는 1930년 강제노동 철폐 협약, 1948년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1951년 동등보수 협약, 1958년 고용 및 직업상 차별 철폐 협약 등이 있다. 이러한 협약들은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고 차별 없는 근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해왔다. ILO 회원국들은 협약을 비준함으로써 자국 내에서 협약 내용을 이행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ILO 협약은 각국 노동법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회원국들은 ILO 협약을 바탕으로 자국의 노동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해 왔으며, 이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노동 기준을 각국의 법체계에 반영하는 과정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은 1991년 ILO 가입 이후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강제노동 철폐 협약 등을 비준하고 관련 국내법을 정비해 나갔다. 또한 ILO는 각국 노동법 발전을 위한 기술적 지원과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ILO의 지원을 통해 노동법 제도를 구축하고 노동 행정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ILO는 노동 통계 및 정보 시스템 구축, 노동 감독 역량 강화, 사회 대화 촉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의 권리 신장과 근로 조건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결국 노동법의 발전은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고 노동자인 우리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역사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각국의 노동법은 자국의 사회경제적 맥락에 따라 발전해 왔으며, ILO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협력은 보편적 노동 기준의 확립과 각국 노동법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노동법은 변화하는 노동 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여 지속적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며 좀 더 나아가 다변화하는 미래사회 산업에 대한 유연한 성찰도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