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언어의 거울
요즘 TV를 보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종종 튀어나온다. SNS는 더 심하다. 뭔 소린지 모르겠는 단어들 투성이다. 이런 새로운 단어들, 즉 신조어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신조어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경우는 새로운 현상이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요즘 자주 듣는 '언택트(Untact)'라는 말을 보자. 이 단어는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생겼다.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뜻인 '언(un-)'을 붙여 만든 말인데, 접촉을 피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잘 표현해준다.
또 다른 경우는 기존 단어를 새롭게 해석하거나 조합해서 만드는 경우다. '소확행'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인데, 작지만 분명한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사람들의 삶을 잘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신조어는 긴 문장이나 복잡한 개념을 짧고 강렬하게 압축해서 표현한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도 신조어 탄생의 큰 요인이다. 온라인에서는 빠르게 소통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줄임말이나 새로운 표현들이 만들어진다. '얼굴책'(페이스북), '인스타각'(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사진) 같은 말들이 그렇다. 이런 단어들은 온라인에서 시작해서 오프라인으로 퍼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건, 신조어가 단순히 말장난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 시대의 문화와 가치관,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란 말을 보자. 이 말이 유행하는 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보여준다. '갑질'이란 말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권력 남용 문제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신조어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보면, 언어가 얼마나 살아 숨 쉬는 존재인지 알 수 있다. 우리의 필요와 환경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말이 만들어지고, 그 중 일부는 사전에 올라가 공식 단어가 되기도 한다. '셀카'(셀프 카메라의 줄임말)나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 같은 말들은 이미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다. 신조어는 우리 시대를 비추는 거울 같은 거다. 새로운 말이 생겨나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무엇이 유행하는지 알 수 있다. 다음에 모르는 신조어를 들으면, "요즘 애들은 말을 이상하게 한다"고 투덜대지 말고, 그 말이 왜 생겼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다 보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라져가는 단어들의 이야기
새로운 말이 생겨나는 한편, 어떤 말들은 우리 기억 속에서 슬슬 사라져간다. 이런 단어들이 없어지는 과정을 보면,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 단어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사라지는 걸까? 말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말이 가리키는 물건이나 개념이 더 이상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이얼'이란 말을 생각해보자. 요즘 스마트폰만 쓰다 보니, 다이얼을 돌려 전화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다이얼을 돌리다'란 말도 점점 듣기 힘들어졌다. 'CD플레이어', 'VHS'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물건들이 일상에서 사라지니, 관련된 말들도 자연스럽게 우리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사회 제도나 문화가 바뀌어도 말이 사라진다. '방앗간'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예전엔 동네마다 흔했던 방앗간이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에겐 '방앗간'이란 말이 점점 더 낯설어진다. '징용', '배급' 같은 말들도 그렇다. 이런 말들은 특정 시대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들인데, 시대가 바뀌면서 점점 덜 쓰이게 된다. 말을 더 쉽고 편하게 쓰려는 경향도 단어가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다. '도련님'이나 '아가씨' 같은 호칭은 요즘 거의 안 쓴다. 대신 더 간단한 '님'이란 말로 바뀌었다. 이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더 쉽고 널리 쓸 수 있는 표현을 좋아하게 된 결과다.
재미있는 건, 어떤 말들은 완전히 없어지는 대신 뜻이 바뀌어 살아남기도 한다는 거다. '양반'이란 말을 보자. 조선시대엔 신분을 나타내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점잖은 사람'이나 '예의 바른 사람'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이렇게 말은 때로 원래 뜻에서 벗어나 새로운 뜻을 갖게 되면서 살아남기도 한다. 말이 사라지는 걸 보면 아쉬울 때가 있다. 특히 우리만의 느낌을 담은 말들이 없어질 때 그렇다. '아련하다', '구수하다' 같은 말들은 외국어로 정확히 옮기기 힘든, 우리만의 감성을 담고 있다. 이런 말들이 점점 덜 쓰이면서 잊혀 가는 걸 보면, 우리말이 점점 빈약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말이 사라지는 걸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이건 말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다만, 소중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있다. 사라져가는 말들을 기록하고, 그 뜻과 쓰임을 후손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말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걸 보는 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발전했는지, 때로는 어떤 점에서 퇴보했는지 알 수 있다. 다음에 옛날 책이나 영화를 볼 기회가 있다면, 그 속에서 지금은 잘 안 쓰는 말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러다 보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외래어와 한국어의 공존
세계화가 빨라지면서 우리가 말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외래어가 엄청 늘어났다는 거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영어로 된 간판이 눈에 띄고, 일상 대화에서도 외국어가 자연스럽게 섞여 나온다. 이런 현상이 우리말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먼저, 외래어 사용이 늘어나는 이유를 살펴보자.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개념이나 물건을 표현해야 할 필요 때문이다. '컴퓨터'나 '인터넷' 같은 말들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말에 들어왔다. 이런 경우, 굳이 우리말로 바꾸는 것보다 원래 말을 그대로 쓰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국제화된 환경에서 소통하기 편하다는 거다. 특히 비즈니스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미팅', '프레젠테이션', '마케팅' 같은 말들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런 말들을 쓰면 국제적으로 소통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외래어를 너무 많이 쓰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순수한 우리말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예를 들어, '군것질'이란 예쁜 우리말 대신 '스낵'이란 말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적당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래어를 더 좋아하는 현상은 우리말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걱정을 낳는다. 또, 외래어를 마구 쓰다 보면 언어 때문에 세대나 계층 간 벽이 생길 수 있다.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나 외국어를 배울 기회가 적었던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많아지면서, 서로 소통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거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외래어 사용을 막자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외래어와 우리말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외래어를 쓰되, 가능하면 우리말로 쉽게 풀어 설명하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